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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모습인 줄 모르고 . .
작성자 : 신판자 작성일 : 2011-12-22

       
      내 모습인 줄 모르고..... /  신판자    


      골목길 돌아서는 모퉁이  
      버럭버럭 악을 쓰며
      죽겠다 살겠다 큰소리로
      자식에게 욕을 하는 모습이
      정말정말 부족한 엄마라고 그랬더니
      세월 지나니 그게  바로 나
      내 모습이었습니다.

      파마머리 볼품없고                  
      뚱뚱한 절구통의 허리를 보고
      몸관리도 안하는 무식한 엄마라고 했더니
      아무리 멋을 부려도 멋이 안나는
      세월 지나보니 그 모습이 바로 나
      내 모습이었습니다.

      깎아달라 안된다
      이리뒤적 저리뒤적 살까말까
      지갑을 열었다 닫았다 망설이는 모습을 보고
      너무 궁상스런 불쌍한 엄마라고 그랬더니
      세월 지나보니 그 모습이 바로 나
      내 모습이었습니다.

      갑자기 글이 생각 안난다고
      은행에서 대필해 달라고 하는 모습을 보고
      어떻게 한글도 까먹나
      자존심 상하는 슬픈 엄마라고 그랬더니  
      나도 은행에서 갑자기 글이 생각 안나
      세월 지나보니 그 모습이 바로 나
      내 모습이었습니다.

      멋을 부리고 싶어 메니큐어 립스틱 화장을 하니
      편해 지고 싶어 이젠 일이 하기 싫어진다고  
      먼지 수북한 집안을 보면서
      자신만 치장하는 게으른 엄마라고 그랬더니
      세월 지나보니 그 모습이 바로 나
      내 모습이었습니다.

      화장기 없이 주름진 얼굴
      폭탄 맞은 것 같은 흰머리결
      목 늘어져 낡은
      아깝다
      억지로 껴입은   딸래미 쉐타
      마디 굵은 손가락
      앞산보다 더 나온  배
      넓은 땅에 더 보태는 몸무게
      구멍난 양말
      무릎 나온 바지      
      고무슬리퍼
      검정비닐손가방  

      이렇게 지난 사진 펼처보니
      살아있어 먹는거라며 세상 맛난 것 없다던
      가슴 아린  엄마들의 모습에
      나도 이렇게 늙어가고 있음을

      내 모습이 될 줄 모르고 살았으니
      정말정말 이 모습이 내가 될 줄은
      예전에 미처 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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