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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상담 클리닉’'을 다녀와서....(근육병 환아 母의 편지)
작성자 : 이정완 작성일 : 2013-12-09

저는 희귀난치성질환인 근이영양증을 앓고 있는 13살 아들의 김민서 엄마입니다.

아들은 생후 백일이 지나 갑자기 찾아온 폐렴으로 입원을 하게 되었고, 그 후 폐렴은 다 나았지만 간수치가 높아 추적을 하던 중 근육병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갑작스런 뇌막염으로 식물인간처럼 3년도 살지 못하고 또 한 아들을 하늘로 보낸지 2년만의 일이라 충격이 더 컸습니다. 그 때 병원생활 중에 근육병의 진행과정과 결과가 어떠한지 대략적으로 알고 있었던 터라 그 절망감은 더 했습니다.

살아오면서 타인에 대한 원망을 모르던 저는 처음으로 하늘을 원망했습니다.

귀한 아들을 뺏어갔으면서 또 이렇게 아들을 빼앗아 가려는 뜻이 무엇인지, 아들을 하늘로 보내고 별이 된 아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살겠노라 공부, 봉사 등 무던히도 노력하며 살았는데 너무 하시다고...

그렇게 두어 달 간 마음의 방황을 끝내고 다시 찾은 병원에서는 그 원인도, 유전자 결손번호도 알지 못한 채 몇 년이 흘렀습니다.

 

그 사이 또 한 번의 임신이 되었습니다.

생명의 소중함을 누구보다 잘 아는 터라 경제적으로 힘들더라도 아이를 낳아 잘 키워야겠다고 마음먹었으나 산전 성별검사에서 3차례 모두 아들이라는 결과로 말미암아 인공유산을 하였습니다. 비록 돌연변이로 나타났다 하더라도 동생의 경우 남아에 있어서는 50%의 확률을 가진다고 하니 하늘의 심판을 받더라도 할 말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한 아이도 모자라 두 아이를, 근육병을 가진 두 아이를 부양해야 한다면 그것은 제게 사형선고나 다름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X염색체 유전이라 큰 딸아이가 걱정되었으며, 결혼은 했지만 둘째아이를 낳을 계획을 가진 여동생과 미혼인 막내 여동생, 언니의 딸인 조카까지 검사를 해 봐야 한다는 말만으로 대물림되는 유전질환이란 엄포에 노심초사 늘 불안한 마음으로 살고 있었습니다.

지난 방학 때 막내 동생과 조카를 데려다가 (유전질환에 대해서는 언급을 않고)살짝 검사를 해볼까도 생각했지만 숨김으로 될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과 그에 따른 검사비용이 부담되어 계획을 접었습니다.

 

이렇게 막연한 불안으로 아들은 물론 형제, 조카에게까지 죄인 아닌 죄인이 되어 마음의 짐을 얹은 채 체념하고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지난 한국근육장애인협회 한?일 근육장애인 국제 세미나를 통해 한국희귀질환재단의 김현주 교수님께서 서울시와 손을 잡고 동부시립병원에 ‘유전상담클리닉’을 개설하셨으며 현재 우리나라의 의학적 유전상담에 대한 문제점과 필요성을 피력하셨습니다.

너무나 반가운 소식에 예약을 하고 지난 10월에 상담을 거쳐 유전자검사도 함께 할 수 있었습니다. 긴 기다림 속에 한 달이 지나 결과를 보러 가는 날...걱정 반 설렘 반, 숨을 가다듬고 진료상담실을 들어갔습니다.

교수님의 자세한 설명과 함께 기쁜소식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아이에게 미안하고 안타까웠지만 저는 정상이며, 아이만 X염색체에 존재하는 근육병 유전자(Dystrophine)의 돌연변이 이상으로 나왔으며 이럴 경우 큰딸아이는 물론 형제, 조카들도 모두 정상 이므로 굳이 검사를 할 필요가 없다고 하셨습니다.

 

드디어 13년 동안 마음의 수갑과 쇠사슬을 풀었다는 느낌이 들었으며 김현주 교수님도 함께 많이 기뻐 해 주셨습니다.

이러한 유전상담이 일찍 정착 되어 있었다면 저는 뱃속의 한 생명을 지킬 수 있었을텐데..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또한 검사비용이 부담스러워 이미 발현된 병이라는 생각으로 포기 해 버리는 경우가 많고, 유전상담을 통해 건강한 자녀를 출산 할 수 있음에도 단산을 하는 안타까운 가정도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특히 질병과 장애자녀를 가진 가정일수록 건강한 자녀에 대한 기대는 있지만 또 장애자녀를 낳을 것에 대한 불안감에 건강한 가정의 권리를 포기하고 병리적으로 살아가는 가정이 많습니다.

 

교수님께서 이번 유전상담은 사회복지공동모금을 통해 지원된 재원으로 희귀질환재단을 통해 수행된다고 하셨습니다.

이러한 많은 유전질환 및 희귀질환을 가진 사람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유전상담’이 한시적으로만 시행된다는 것에 너무도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부디 앞으로의 건강한 가정과 건강한 사회, 건강한 국가를 위해 이 사업이 꼭 지속되기를 간곡히 바랍니다.

 

끝으로 이번 ‘유전상담 클리닉’을 통해 많은 도움을 받고 유전이라는 대를 잇는 굴레에서 벗어 날 수 있게 되어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앞으로도 힘겨운 삶이 아들과 저를 기다리고 있지만 그래도 세상은 살아갈 가치가 있다고 믿고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3. 11. 8

 

군포시 부곡동 김민서 엄마 올림

다음 감사합니다.(맥쿤알브라이트 환아 母의 편지)
이전 신판자 시인께서 보내주신 좋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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