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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상담 서비스를 지원하는 사업관계자 분들께 드립니다.(환자 사례)
작성자 : 한국희귀질환재단 작성일 : 2014-02-18

저는 올 10월에 대전건양대 유전상담클리닉을 통하여 여태껏 몰랐던 제가 가진 병에 대해서 심도 있는 상담을 받고, 저 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 모두의 걱정이었던 유전인자의 원인을 밝히고 저와같은 일이 반복적으로 발생하지 않고, 더 나아가서는 이 병을 고칠수 있다라는 희망을 품게 된 환자 본인입니다.

 

저는 제가 듣기에도 낯선 “외배엽형성이상증”이라는 병의 흔한 증상으로 인하여 선천적으로 모발이 극히 얇고 숱이 일반인들의 1/10정도밖에 가지지 못하고 있고 땀샘이 없어 체온조절이 불가능하며 치아의 이상으로 한번도 씹고 뜯는 재미를 보지 못하고 살아왔습니다.

 

이런 와중에 지극히 정상적이었던 누나(4명중 3명)의 결혼으로 조카들이 태어나게 되고, 조카들이 하나씩의 증상을 가지고 태어나게 되었고, 결정적으로 한명의 조카(남아)는 저와 같은 증상을 가지고 태어나게 되었습니다.

 

어릴때부터 저희 부모님은 물론이고, 누나들도 시댁에 죄송스런 마음으로 살고 있으며 저 또한 그 아이들을 볼때마다 괴롭고 치떨리는 분한 마음을 감출수가 없었습니다.

 

모자or가발을 쓰고 다니지 않으면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세상에 몇 남지 않은 갈라파고스에 살고있는 희귀동물 관찰하듯 쳐다보는 눈빛에 대처하는 감정은 이미 썩어 문드러져 사라져버렸으며 치아의 결손으로 인하여 음식을 제대로 못씹는 것을 넘어서 심지어 가족앞에서도 환하게 한번 웃어본적 없고 땀을 흘리지 못하여 여름에 남들이 상상하지 못하는 열을 동반하여 쓰러지기도 여러번 하였습니다.

 

그래도 남들 다 다니는 학교 12년 개근하고 모두가 힘들어하는 사회생활을 남들보다 더 치열하게 10년차 해 오고 있으며, 동정심 받지 않고 살아가려고 노력하면서 제가 가진 이런 고통을 내가 아니라 내 후손들이 겪어야 한다니 더욱 박탈감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유전학 전문의가 아닌 의사분이 이 병은 아버지의 잘못으로 어머니께 병이 전염되어 우리 모두에게 이런 저주가 내려졌다 라고 피 한방울 뽑지 않고 단정지어 버리는 바람에 누나들이 굳게 믿고 있어서 이 또한 천륜의 믿음을 깨지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고통스러운 과정이 지속되어 포기 상태에 이르렀으나, 최근 저희 막내누나가 결혼을 앞두게 되었는데 이런 두려움 때문에 결혼을 미루게 되었고, 차일피일 미루던 결혼이 임박하게 되어 지인의 소개로 유전상담클리닉이라는 것을 알아 제가 우리 가족중에 현상이 가장 심하여 누나와의 상담후에 가장 먼저 상담과 검사를 받게 되었습니다.

 

친절한 상담과 더불어 검사를 맡게 되면서 이러한 서비스를 나라에서 받게 되었다는 안도감과 앞으로 이 저주를 막거나 끊을수도 있겠다 라는 희망의 불씨를 이번상담에서 받게 되었습니다.

 

아울러 저같은 경우 세대를 잇는 병이므로 저 뿐 아니라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으나 불안과 함께 살아야 하는 우리 가족들, 그리고 앞으로 미래의 세대가 될 조카들에게도 반드시 필요한 검사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원이 축소되거나 폐지된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저의 마음은 또 한번 큰 충격에 휩싸였습니다.

 

이것은 유전인자를 밝혀내어 병을 완치하거나 완화하거나 막을수 있는 것에 준하지 않고, 현재 고통받고 있는 가족들의 믿음까지도 흔들리게 되는 심신의 병이라고 생각합니다.

 

부디 유전상담클리닉을 지원해주시는 관계자 모든 분들께서는 저의 이런 피토하는 심정으로 써내려가는 편지를 잘 읽어주시고, 후손들에게 모두가 운동장에서 뛰어놀 수 있고, 꼬박꼬박 씹어먹고 남들앞에 환하게 웃을 수 있는 기본적인 인간의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지원해 주십사 부탁드립니다.

 

이런 일들이 다시 발생하지 않고, 나 혼자만의 업으로 가지고만 살았으면 잊어버렸을만한 모든 상황들이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비록 어려운 시기이긴 하지만 심사숙고 하시어 저같은 드러난 환자 뿐 아니라, 환자의 가족과 사회에서 은둔하고 있는 많은 숨어있는 환자들의 고통을 헤아려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13.12월 김권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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