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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포뉴스] 희귀질환자들, 최소한 진단은 받을 수 있어야
작성자 : 한국희귀질환재단 작성일 : 2015-07-30
김현주 희귀질환재단 이사장, 결국 저수가가 의료난민 만들어


“자신의 병명이 정확히 무엇인지도 모른 채 여러 병원을 전전하는 환자들을 보면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이들 중 40%는 진단과 치료가 가능한데도 잘못된 의료제도 때문에 모두들 너무나 큰 고통을 겪고 있어요.”

한국희귀질환재단(이사장 김현주)이 4주년을 기념해 21일 오후 2시 서울특별시 동부병원에서 개최한 ‘희귀질환 진단과 유전자 검사의 최신 동향’ 주제 워크숍에서 김현주 이사장(사진)은 기자들과 만나 이 같이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의하면 약 7000여종이 넘는 희귀질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질환자체가 매우 드물기 때문에 일반 의료진에게도 잘 알려져 있지 않아 정확한 진단을 받는데 큰 어려움이 있다.

특히 희귀질환의 80%는 유전질환이고 동일 질환이라도 환자들 간 발병 양상과 치료 반응에서 다양성 및 이질성이 있으며 환자수가 매우 적어 감별 진단법이 아예 없거나 전문가 부족으로 오진율이 높고 확진이 되더라도 매우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경우가 많다.

희귀질환의 정의는 나라마다 다른데 우리나라는 해당 의약품 분류를 위해 2만 명 이하의 유병률 질환을 희귀난치성 질환으로 정하고 있으며 희귀질병에 대한 역학조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은 현 상황에서 유병율 통계에 대한 정확한 자료는 아직 없는 상태이다.

김현주 이사장은 이런 이유로 희귀질환 환자와 가족들이 자신을 찾아왔을 때는 이미 다른 병원 4-5곳은 이미 거쳐 온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많은 병원을 돌며 각종 검사를 받아도 정확한 진단조차 받을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

김 이사장은 “무엇보다 가장 아쉬운 것은 희귀질환 환자 중 적어도 30%-40%는 정확한 진단을 받고 이에 따른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데도 그러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최근 유전체 분석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여러 유전자 이상을 한꺼번에 빠르게 검사할 수 있는 검사법들이 개발됐다. 마이크로어레이검사와 엑솜시퀀싱검사법 등이 좋은 예로 여러 유전자를 동시에 분석해 진단율을 높이고 진단 비용까지 줄일 수 있다.

마이크로어레이검사는 이미 해외에서 활성화된 염색체 정밀 분석법으로 주로 발달장애, 정신지체, 선천성 기형 등을 보이는 경우에 시행하면 약 20%-30%에서 기존 염색체 검사로 진단하지 못한 유전질환을 진단할 수 있다.

엑솜시퀀싱은 전체 유전자의 염기서열을 한꺼번에 분석하며 약 10-30%의 희귀질환의 진단이 가능한 검사기법이다.

하지만 문제는 의료제도의 미비로 우리나라에서는 희귀질환 환자들에게 이런 최신기술들을 제대로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현주 이사장은 “최신기술들이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할 뿐 아니라 비급여로 허가조차 되지 않아 환자들이 진단을 받지 못한 채 여러 병원을 전전하고 있으며, 가족들은 대를 물려 질환이 유전될까 하는 막연한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희귀질환재단에서는 현재 (주)녹십자지놈에서 제공하는 마이크로어레이검사와 엑솜시퀀싱 검사로 많은 환자들을 높은 진단율로 확진하고 정확한 진단에 근거해 적절한 유전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희귀질환 예방과 희귀의약품 연구 활성화도 기대할 수 있다.

검사비용도 예전에 비하면 많이 떨어진 상태다. 김 이사장에 따르면 현재 100만원 미만으로 마이크로어레이검사가 가능하며 엑솜시퀀싱도 200만원 정도에 검사를 받을 수 있다.

김현주 이사장은 “우선 비급여로라도 검사를 허용해 진단할 수 있는 환자는 진단해야 한다”면서 “그래야 희귀질환환자들이 정확한 진단조차 받지 못해 이 병원 저 병원 떠도는 ‘의료난민’ 신세를 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더 나아가 이 모든 문제의 중심에는 “싸도 너무 싼 우리나라의 건강보험 수가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이사장은 “희귀질환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환자의 과거력과 가족력을 자세히 알아야 하기 때문에 문진에만 적어도 30분 이상 걸린다”면서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초저수가로 인해 의사가 환자 한명을 진단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조차 허락되지 않는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김현주 이사장은 “너무나 불행하게 살고 있는 희귀질환 환자들과 그 가족들에 대한 사회의 관심과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특히 “희귀질환에 적용되는 건강보험 수가를 지금보다 3배 정도는 올려야 더 자세한 진단과 치료가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희귀질환환자들의 대모로 불리며 일흔이 넘는 고령에도 불구하고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김 이사장은 현재 서울시 동부병원 유전상담 클리닉과 건양대병원 유전상담 클리닉에서 희귀질환 환자 치료에 전념하고 있다.

연세의대를 나와 미국에서 소아과, 임상유전학 전문의 면허와 의학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미국에서 의사생활을 하다 순탄한 길을 포기하고 지난 1994년 귀국, 지금까지 희귀질환 환자 치료뿐만 아니라 각종 미디어 등을 통해 희귀질환환자들의 열악한 상황을 알리는데 열정을 쏟고 있다.

그가 이사장으로 있는 한국희귀질환재단은 지난 16년간 활동을 펼쳐온 ‘한국희귀질환연맹’을 모체로 희귀질환 환자와 가족들을 위해 설립되어 지난 2011년 보건복지부 인가를 받은 공익법인이다. 유전상담서비스지원, 희귀질환 치료를 위한 R&D 지원, 진단사업 지원, 자원봉사 지원, 특수 보육 프로그램 개발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21일 서울시 동부병원에서 개최된 워크숍 역시 확진 받지 못한 국내 희귀질환자들의 미충족 보건의료서비스 영역에 대한 인식 개선 및 관심 증대에 기여하고자 마련됐다.
        


http://www.medifonews.com/news/article.html?no=1095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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