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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건양대 유전상담클리닉을 다녀와서(혈우병 환아 母의 편지)
작성자 : 이정완 작성일 : 2013-12-09

방긋 방긋 엄마를 보며 웃는 아이를 보고 있자면 아직은 마음이 많이 아픕니다..

 

둘째 아이가 생겨 첫애와 터울이 많은 지라 그저 기쁘기만 했습니다. 아들이라기에 더욱 기뻤습니다.

 

8개월. .아이가 자라 앉아있게 되었는데, 어느 날 목욕을 시키는데 볼에 큰 멍울이 잡혔습니다. 단순히 어디 부딪혔겠지 하고 다음날 소아과에 가보니 원인은 모르지만 출혈로 인한 멍울이고 입안으로 보니 피멍이 보였습니다. 이틀정도 지나니 볼 바깥쪽으로도 멍이 심하게 들어 한달 가량 시간이 흐른 후 차츰 사라졌습니다.

 

그때 이종사촌 오빠의 병이 생각났습니다. 혈우병..

 

아이가 잘 기어 다니려 하지 않고 안색이 좀 창백해 보인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생각지 못했다가 멍을 보고 아차 싶었습니다.

 

소아과병원에서 대학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고 만약 같은 병이라면 치료도 함께 들어가는 게 좋겠다는 말을 듣고 집에 와서 남편에게는 말도 못하고 혼자 속을 끓이다 건양대 병원에 유전상담클리닉을 알게 되어 문의하니 아이 뿐만 아니라 저도 보인자 검사를 하는 게 좋겠다고 하여 검사에 들어갔습니다.

 

가기 전 마음은 검사해서 아니면 다행이고 혈우병이라 하더라도 조심해서 키우면 되니 일찍 알아 다행이다..하고서..

 

김현주 교수님을 뵙고 가계도를 그려가며 혈우병이 나타날 수 있는 확률과 유전자검사의 필요성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삼주정도 되었을 때 결과가 나왔다고 전화가 왔습니다. 김현주 교수님에게 혈우병 확진을 통보 받고 이종사촌오빠와 비슷한 활성도를 나타낸다는 결과를 들었습니다. 그냥 멍 했습니다. 교수님이 설명하는 말이 잘 들리지 않았습니다.

 

아이에게 분명 필요한 말일텐데 잘 들리지 않았습니다. 눈물을 참고 있었지만 가슴이 너무 아파 아이의 얼굴을 제대로 보기가 어려웠습니다. 너무 미안해서.. 유전이 아닌 돌연변이에 의할 수도 있지만 엄마인 제가 보인자임이 나왔고 아이가 혈우병이라는 사실이 너무 무섭고 미안했습니다.

 

그리고 저의 무지함을 원망했습니다. 이종사촌오빠가 그랬을 때 마음은 아팠지만 내 스스로 닥쳐보지 않았을 때와는 다른 것이었습니다. 좀 더 일찍 이런 유전상담에 대해 알고 검사하여 제가 그런 줄 알았다면 아이에게 이런 짐을 지우진 않았을텐데 하는 후회와 앞으로 아이에게 남편에게 어떻게 알리고 생활해야할지 막막했습니다.

 

저의 무지함에 대한 벌이겠지요..

 

교수님은 이런 병은 증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검사를 해서 밝혀내지만 그렇지 못한 병들도 많다고 하셨습니다. 더 힘든 병도 있다하시며 불치병이지만 필요할 때 쓸 수 있는 치료제가 있는 병이니 조심 하면 일반인들처럼 살 수 있는 병이니 힘내라고 하셨습니다. 어찌보면 전 죄인인데 교수님 덕분에 일찍 알게 되어 아이에게 조금이나마 힘들 상황을 줄여줄 수 있을 것 같아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유전자 검사는 비용이 무척 많이 드는 검사로 알고 있습니다. 아이가 멍이 심하게 들었을 때도 어쩌지 어쩌지 하고는 망설였을 때, 다행히 한국 희귀질환재단에서 삼성 봉사단의 지정기탁, 사회복지 공동모금회의 후원과 한국 의료지원재산의 지원으로 저는 선뜻 할 수 없었던 검사를 할 수 있어 아이의 병에 대해 저의 유전자에 대해 정확하게 알게 되었습니다.

 

저에겐 여동생이 한명 있습니다. 동생은 아이를 낳기 전이라 교수님께서 여동생도 유전자 검사를 하는게 좋겠다고 권하셨습니다.x염색체 유전으로 전해지는 유전병이라 여동생도 제 큰 딸아이도 걱정됩니다. 그래서 유전자 검사를 받게 하고 싶지만 지원해주는 기간이 정해져 있어 지금은 할 수 없다고 합니다.

 

전해 듣기로는 이 사업이 존폐의 위기에 있다고 합니다. 요즘 나날이 경제사정이 좋지 않아 병이 있어 검사를 해야 하는데도 저처럼 비용 때문에 망설이거나 혹은 포기하는 경우가 있을수 있는데 이런 유전상담서비스 지원사업이 계속 되어야 병을 정확히 알고 더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김현주 교수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리고 저도 아픈 마음 추스려 아이를 위해서라도 힘을 내야겠습니다 .

 

다음 새해에는
이전 감사합니다.(맥쿤알브라이트 환아 母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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